용연향

용연향

 

 

용연향

 

일명 바다에서 나는 금덩어리로 알려진 용연향은 글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용의 침으로 만든 향료라는 뜻을 가진 것이다. 또한 용연향은 어떤 문헌에 용분, 즉 용의 똥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용연향은 아주 드물게 해변에 밀려오는 돌처럼 생긴 냄새나는 검은 덩어리다. 그러나 용연향을 알코올에 녹이면 물질이 추출되면서 향료로 변한다. 주 성분인 앰브레인은 원래 별 향기가 없는 물질이지만 다른 향과 결합하면 향을 증가시켜주면서 향 성분을 오래가게 만든다.

 

 

용연향은 이렇게 보여도 고대부터 현재까지도 최고급 향료로 취급되는 물질인데, 용연향은 희귀성도 그렇고 향료로서의 가치가 있어서 용연향은 엄청 비싸기 때문에 바다에서 나는 노다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용연향은 특히 고대 중국의 황제들이 좋아했다고 한다.

용연향은 단독으로 나는 향은 암내에 가깝다고도 하는데, 용연향은 그 자체로도 일종의 페로몬 향수 역할을 하는 듯하다. 용연향은 다른 향과 섞으면 최고의 조합을 이룬다고 한다.

 

 

용연향의 정체는 향유고래의 토사물로, 향유고래가 먹이인 오징어의 소화되지 않은 부분을 담즙과 함께 밖으로 토해내는 것이다. 혹은 대장 속에 있다가 똥과 함께 배설되기도 한다. 용연향은 그게 바닷속에서 떠돌면서 햇빛을 받고 바닷속 화학 성분들이 섞이면서 단단하게 변해 해변으로 떠밀려 오는 것이다. 그래서 용연향은 녹이지 않은 상태에서는 토사물답게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자칫 못보고 지나가면 그냥 버릴 수도 있다.

용연향은 호주에서는 해변가를 산책하다가 한화로 약 7억 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 용연향을 발견해서 인생 대박난 케이스도 있다.

 

 

용연향은 치즈를 처음 먹어본 사람과 굴을 처음 먹어본 사람과 함께 용연향의 향료로서의 가능성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도 용감한 인간 축에 들 수 있을 듯하다. 그도 그럴 게 겉보기는 영락없는 돌덩이인데다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자연 상태에선 구하기도 힘든 알코올에 녹여야만 향료가 되는 물건을 누가 그렇게 시도해 보겠는가. 보통은 알코올에 녹인다는 발상을, 아니 애초에 줍는 것부터 하지 않을텐데 말이다.

용연향은 의외로 이런 발견들은 굉장히 엉뚱한 계기로 이뤄지는 일이 많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연금술사들이 현자의 돌을 만들어보겠다고 고래 뱃속에서 나온 돌을 가열하거나 여러가지 일을 하는 과정에서 좋은 향이 난다는 것을 깨달았다거나, 혹은 알코올이니까 일종의 술게임 누군가를 골탕먹인답시고 냄새나는 이 덩어리를 술에 집어넣는 와중에 발견되었을지도.

용연향은 이 향기를 합성한 것을 앰브록산이라고 하는데, 앰브레인을 산화시킨 것으로 앰브레인과 동일한 향기를 낸다. 이것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용연향은 여담으로 향의 구성 성분(노트)에서 언급되는 앰버(amber)라는 향을 비슷한 이름때문에 이 용연향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앰버는 호박(보석)에서 날 법한 향을 상상으로 이미지에 가깝게 만들어 낸 향이고, 앰버그리스(혹은 앰브록산)가 이 용연향이다. 앰버는 랍다넘, 벤조인, 바닐라에 가까운 부드럽고 달콤한 향이고, 앰버그리스는 살짝 짭짤하고 머스키한 향이다.